어떤 점이 좋을까? 전기차 전용 플랫폼 장단점 알기

전기차의 뼈대, 플랫폼

자동차 산업의 무게 추가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선택지가 두세 가지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차급 별·제조사 별로 많은 다양한 전기차를 고를 수 있게 됐죠.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전기차, 모두 다 같지는 않습니다. 특히 자동차의 뼈대라 할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의 측면에서 본다면
1) 기존 내연기관차와 공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차
2)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차
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이 중 오직 전기차를 위해 만들어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과연 어떤 특징과 장점을 지니고 있을까요?

기존 자동차 구조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먼저 기존 자동차의 구조를 살펴보시죠. 지난 130년 넘는 세월 동안 자동차는 내연기관, 즉 엔진이 탑재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차체를 3등분 하여 부피가 큰 엔진을 차체 맨 앞에 배치하고, 그 뒤에 탑승 공간(캐빈룸), 맨 뒤편에 트렁크가 위치하는 레이아웃이 정착됐죠. 오늘날 시판되는 승용차 대다수가 이런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많지 않았던 초기에는 기존 차체를 개조하는 데 그쳤지만,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자동차의 차체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보급되면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하게 되었죠.

약은 약사에게,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에게

얼핏 생각하기에 기존의 자동차 구조에서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얹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차 플랫폼(왼쪽)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오른쪽). 구동 시스템의 차이에 따라 플랫폼 설계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모터와 감속기로 이뤄진 전기차의 구동계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과 변속기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부피도 작습니다. 또 앞뒤 차축에 각각 모터를 배치하는 등 내연기관차와는 전혀 다른 설계를 도입할 수도 있죠. 때문에 내연기관차만큼 큰 엔진룸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간격)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대신 내연기관 차량에는 없던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데요, 충분한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대용량 배터리를 기존의 차체에 배치하려면 탑승 공간이나 트렁크를 희생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차 차체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며 보다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공간은 넓게, 충전은 빠르게, 활용은 다양하게!

GM의 얼티움 모듈러 플랫폼. 스케이트보드형 구조와 용도에 따라 길이와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습니다. GM
전기차 전용 플랫폼들은 보통 차체 밑바닥에 배터리를 넓게 깔고 앞뒤에 모터와 바퀴를 배치하는 형태가 특징입니다. 그 모습이 스케이트보드를 닮아 ‘스케이트보드형 플랫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독특한 구조에는 나름의 이유와 장점들이 있습니다.
2011 독일 국제 모터쇼에 전시된 BMW 의 1세대 전기차인 i3의 콘셉트카. 보닛이 짧고 휠베이스가 긴 특징이 보입니다. BMW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기차의 모터는 굳이 차체 앞쪽에 위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피가 작아 뒤쪽에 탑재하거나 앞뒤에 따로 탑재해도 되고, 엔진만큼 열이 많이 나지 않아 전면부에 커다란 냉각장치를 설치할 필요도 없죠. 때문에 바퀴를 차체 끝 쪽에 위치하도록 휠베이스를 늘려 배치하면 사람이 탑승하는 캐빈룸을 넓힐 수 있습니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차들이 차체 크기 대비 휠베이스가 길고 보닛이 짧은 디자인인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i3의 주행 모듈 구조. 엔진이 있었던 차체 앞쪽 공간이 비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BMWi 유튜브 채널
또한 크고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깔기 때문에 무게 중심을 낮추어 주행 시 조금 더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차체 내부에 배터리를 배치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팩 자체가 차체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더 튼튼하고 가볍게 만들 수도 있죠.
그리고 처음부터 전기차의 특징에 맞게 설계되기 때문에 초급속 충전에 필요한 전용 변압기, 제어기 등의 장치나 V2L*과 같은 전기차 특화 기능들을 탑재하기에도 용이합니다.
*V2L(Vehicle to Load) : 전기차 양방향 충전 시스템, 전기차량의 배터리 속 전력으로 전자기기를 사용하거나 비상시 다른 차량의 배터리도 충전해 줄 수 있는 기술
마지막으로 1개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4~5종 이상의 차종을 개발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배터리와 구동계로 구성된 전용 플랫폼은 용도에 따라 길이와 폭을 수정하며 다양한 차종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에 따라 다양한 차를 만들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생산 비용 절감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에 적합한 여러 장점들 때문에 전동화를 선언한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전용 플랫폼을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현대자동차그룹의 e-GMP, 폭스바겐 그룹의 MEB, 메르세데스-벤츠의 EVA 등입니다. 이 기업들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질수록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들이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vs. 공용 플랫폼, 당신의 선택은?

이렇듯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건 이상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 전기차가 대량 보급되지 않은 2022년의 시점에서는 그 단점도 명확한데요. 이 때문에 전용 플랫폼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찾는 노력 또한 상존합니다.
전용 플랫폼의 가장 큰 단점은 단연 비용입니다.
새로운 플랫폼, 그것도 다양한 전자 제어 장치가 탑재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에는 족히 수천억 원이 듭니다. 물론 하나의 플랫폼으로 여러 차종을 만들 수 있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도 가능하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차의 점유율이 훨씬 높은 상황에서 전용 플랫폼 개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죠.
때문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닌, 내연기관차와 공용으로 사용하되 개발 단계에서부터 전동화를 염두에 둔 설계와 부품 공용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노리는 자동차 회사들도 있습니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BMW의 내연기관 4시리즈(위)와 전기차 i4(아래). BMW는 공용 플랫폼 개발을 통해 전용 플랫폼 전기차 못지 않은 퍼포먼스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 BMW
BMW 그룹, 스텔란티스 같은 회사들은 전기차 전용 모델 대신 하나의 플랫폼으로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다양한 구동 방식을 지닌 자동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당장 손해를 감수하며 각각의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기보다는 호환성 높은 공용 플랫폼으로부터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는 전기차가 공간 활용도나 기능 측면에서는 유리할 수 있지만, 내연기관차와 같은 플랫폼을 쓰는 대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와 비교하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심미적인 관점에서 급진적인 전용 전기차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끼고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전기차가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 되리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공존하는 과도기, 전용 플랫폼으로 하루아침에 환골탈태한 전기차와 기존의 모습으로부터 서서히 변화해나가는 전기차 중 여러분은 어느 쪽을 선택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