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중 8대” 노르웨이 전기차 점유율의 비결

연어, 피오르, 전기차?

세계에서 가장 핫한 전기차 시장은 어느 나라일까요? 테슬라의 고향인 미국, 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을 떠올리기 쉽지만, 점유율로만 놓고 보자면 바로 노르웨이입니다.
노르웨이는 흔히 덴마크, 스웨덴과 함께 ‘스칸디나비아 3국’으로 엮이는, 우리에게는 소설 ‘노르웨이의 숲’과 연어, 고등어로 더 친숙한 나라인데요.
2023년 상반기 기준,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의 점유율은 자그마치 84.5%에 달했습니다.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 전동화 차량을 모두 합치면 90%가 넘죠. 전기차 점유율이 10% 안팎인 우리나라나 세계 1위 시장인 중국의 25%와 비교해도 독보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북유럽의 노르웨이는 어떻게 전기차 강국이 되었을까요? ⓒNorsk elbilforening
인구 540만,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노르웨이는 왜,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점유율이 높은 나라가 됐을까요? 그리고 그 부작용은 없을까요?
오늘은 노르웨이의 사례를 통해 전기차 보급 정책의 미래와 지향점을 살펴보겠습니다.

노르웨이는 왜 전기차를 밀어줬을까?

천혜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수혜를 입은 노르웨이는 환경 보호에도 관심이 높습니다. ⓒNorsk elbilforening
스칸디나비아 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노르웨이는 여러모로 천혜의 자연환경으로부터 큰 수혜를 입어 온 나라입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외하면 거대한 숲과 북해 바다로부터 획득하는 임업과 어업이 주요 산업인 만큼, 이전부터 노르웨이는 높은 자동차세와 유류세를 통해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이어 왔습니다.
그러던 1991년, 노르웨이에서 전기차 회사 ‘씽크 글로벌(Think Global)’이 설립됩니다. 소형 2인승 도심형 전기차를 만드는 이 회사는 노르웨이의 첫 자동차 제조사였고, 노르웨이 정부도 이 회사를 밀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파격적인 전기차 구매 및 운행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죠.
노르웨이 첫 전기차 회사인 씽크 글로벌은 비록 파산했지만, 전기차를 위한 토양을 다졌습니다. ⓒThink Global
씽크 글로벌은 한때 미국 포드에게 인수되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지만,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주행 거리와 충전 속도, 성능 등 모든 면에서 부족했고, 결국 2011년 파산합니다. 비록 회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씽크 글로벌을 위해 제정된 전기차 지원 제도는 그대로 남아있었죠. 이는 이후 더욱 향상된 성능의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노르웨이에서 초기 전기차 보급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기에 노르웨이 정부도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을 더욱 장려하면서, 오늘날 노르웨이는 신차 10대 중 8대가 전기차인 전기차 대국이 됐죠. 월 1만 대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가 세계 전기차 제조사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시장이 된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전기차를 살 수 밖에 없는 노르웨이인들의 고민

노르웨이에서 전기차 운전자에게 제공되는 혜택과 인센티브는 그야말로 파격적입니다. ⓒBloomberg
자국 전기차를 위해 제정됐던 노르웨이 전기차 지원 제도는 그야말로 파격적입니다. 우선 취등록세와 25%에 달하는 부가가치세가 모두 면제되고, 버스전용차선 주행이 가능합니다.
또 노르웨이의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페리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도 할인받죠. 게다가 수력발전으로 값싼 전기를 얻는 노르웨이에서는 가정용 충전기의 충전요금이 매우 저렴합니다. 사실 상 “전기차를 안 사면 바보”인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건데요.
노르웨이의 넓은 국토와 긴 겨울은 “전기차 100%”의 큰 걸림돌 중 하나입니다. ⓒNorsk elbilforening
물론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닙니다. 우선 전기차 구매가 부담스러운 서민층을 차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가정용 충전 요금은 저렴하지만, 공용 충전소가 부족하고 충전 요금도 매우 비싸죠.
게다가 노르웨이는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3.8배나 되는 데다 겨울이 길고 춥습니다. 전기차에게는 가혹한 조건이죠. 이는 공용 충전소 부족과 맞물려 장거리 운전자들의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최근에는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 축소를 검토하면서 정부의 목표인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달성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노르웨이식 전기차 보급이 가능할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기차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노르웨이의 정책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특히 꾸준했던 전기차의 성장세가 최근 들어 주춤해지면서, 노르웨이처럼 폭발적인 전기차 보급을 위한 방안을 고심하게 되는데요.
물론 노르웨이는 우리나라보다 시장 규모는 작은 반면 자원부국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또 수력발전을 통해 친환경적인 전기 에너지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보급에 최적화된 환경이었기에, 상대적으로 빠른 전환이 가능했죠.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합니다. ⓒNorsk elbilforening
따라서 우리나라에 노르웨이의 사례를 직접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빠른 전기차 전환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단순한 구매 보조금 지원을 넘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여러 혜택이 더욱 확대된다면 전기차를 선택하는 운전자도 더 늘어나겠죠?
또 노르웨이와 같은 전기차 대국에서도 충전 인프라가 보급을 가로막는 문제라는 사실에서는 반면교사를 얻을 수 있는데요. 결국 충전망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확장이 이뤄져 모든 운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충전이 가능해야 합니다.
전기차에 대한 폭발적이었던 열기가 사뭇 가라앉고 일상의 일부로 전기차가 안착하기 위해 성장통을 겪는 요즘으로 보입니다. 노르웨이를 포함해 전기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여러 나라를 참고 삼아 우리의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한 수를 고민해야겠습니다. 10대 중 10대가 전기차일 그 날까지 여러분의 쾌적한 충전생활을 위해 노력하는 EV Infra와 함께 해보면 어떨까요?
필진 엘제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 콘텐츠 에디터. 전기 자동차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