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호우에 침수차 속출! 전기차는 안전할까?

여기저기서 침수 피해! 전기차는 과연 안전할까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국 각지에서 폭우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좁은 지역에 단시간 폭우가 쏟아지는 국지성 집중 호우가 빈번해지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매년 커지는 추세인데요. 삽시간에 도로나 주차장 등이 물에 잠기며 자동차가 침수 피해를 겪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집중 호우에 침수 피해까지 빈번한 상황, 전기차는 안전할까요? ⓒ 123rf
수도권에 집중 호우가 쏟아졌던 지난해에 비하면 적지만, 2023년 역시 6~7월 장마 기간 동안 전국에서 1,453대의 차량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 운전자들의 침수 사고에 대한 걱정이 큰데요.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침수 상황에서 과연 안전할까요? 또 침수 피해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침수되어도 감전 위험은 낮아요

폭우가 올 때 "내 차가 침수되면 전기가 흘러나와 감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전기차 운전자라면 한 번씩 해봤을 것입니다. 전기차 내부의 동력 계통은 400V 이상의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량 정비 시에도 감전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봤을 텐데요. 전기차가 침수되면 이 전기가 흘러나오지는 않을까요?
전기차가 침수되면 감전 위험이 있지 않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 연합뉴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기차가 침수되더라도 감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와 모터 등 주요 부품은 2중, 3중의 방수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배터리와 모터가 위치한 차체 아랫부분에 물이 튀거나 얕은 개울을 건너는 등, 꼭 홍수 상황이 아니더라도 차량의 핵심 부품들은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설계된 까닭입니다.
단, 침수 상태에서 부유물이 배터리 하우징, 고전압 배선 등을 손상시키거나 높은 수압으로 방수 처리를 뚫고 물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이 유입되면 전원이 차단되므로 감전 위험은 낮지만 다른 전자 장비가 손상되거나 부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전기차 또한 침수 피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무서운 집중 호우,안전하게 전기차 모는 법!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앞으로 올여름과 같은 집중 호우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집중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와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한 주행 습관, 충전 습관이 필요한데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침수 구간은 우회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연합뉴스
엔진에 물이 유입되면 즉시 시동이 꺼지고 운행 불가 상태에 빠지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방수처리된 동력 계통에 물이 유입되지만 않는다면 계속 운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수된 도로에 함부로 진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깊은 물을 통과하면서 방수 처리가 되지 않은 다른 부품이 손상되거나 차량 내부에 물이 고여 부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사람이 탑승한 실내 공간이 물에 잠길 수도 있고, 깊은 물에서는 강한 물살에 차가 휩쓸리거나 떠오르면서 운행 불능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는 내연기관차도 마찬가지이죠.
따라서 전기차 운행 중 바퀴 높이 절반 이상의 깊이로 침수된 도로는 우회하여 미연에 침수 사고를 예방해야 하며, 차량이 침수되어 운행이 불가능한 경우, 시동을 끄고 안전한 곳으로 탈출해야 합니다.
전기차의 주황색 케이블과 커넥터는 고전압이 흐른다는 의미입니다. 침수 사고 시 절대 임의로 만져서는 안됩니다. ⓒ 기아
차량이 침수 피해를 입은 경우 소방서나 자동차 제조사의 서비스 센터에 연락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차량 보닛 내부의 주황색 커버가 씌워진 케이블과 커넥터는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부위로, 침수 상황에서 절대 만지지 않는 것이 안전하겠습니다.
또 한 가지, 이런 집중 호우 상황에 전기차를 충전해도 되는지 걱정되기 마련인데요. 비가 온다고 해서 전기차 충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기차 충전기에 안전장치가 있지만, 폭우가 내릴 땐 가급적 실내 충전을 권장합니다. ⓒ 현대자동차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차 충전기도 수분이 유입된다 해서 감전 사고가 일어나거나 폭발할 위험은 적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충전기에 방수 처리가 되어있고, 수분 감지 센서가 유사시 전력 공급을 차단하니까요.
전기차 충전기가 늘면서 정부에서도 야외에 설치된 충전기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절차에 착수했는데요. 눈, 비는 물론 안개나 습기가 유입되어 충전 중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산업부는 이미 지난해 '전기차 충전시설 안전 관리 방안'을 수립해 야외 충전기의 방수 성능 기준을 상향하고 충전기 침수 시 자동으로 전원이 차단되도록 안전장치를 부착케 하는 등 안전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연내 행정 절차를 마치고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합니다.
그렇다해도 집중 호우 시에는 혹시 모를 사고의 예방을 위해 야외 충전소보다 가급적 비를 맞지 않는 실내 또는 캐노피형 충전소를 이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가장 좋은 건 전기차든 내연기관차든 집중 호우 시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하게 외출 시에는 안전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전기차는 일상을 함께 하는 매력적인 파트너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하루 쉬어가는 것도 좋겠죠?
필진 엘제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 콘텐츠 에디터. 전기 자동차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