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VS 수소차, 미래 친환경차의 주역은?

전기차와 수소차

지난 130년 넘는 세월동안 인류의 발이 되어 준 내연기관 자동차는 탄소 저감을 위해 빠르게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주행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세계 각국은 2030년 전후로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제한하고 완전한 전동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일반적으로 ‘전기차’라 하면 내장된 배터리를 외부 전원으로 충전하는 배터리 전기차 BEV를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전기 모터로 구동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라 할 수 있는데요. 배터리 전기차와 더불어 현실적인 미래차로 여겨지는 또 하나의 전기차가 바로 수소연료전지차 FCEV(이하 수소차)입니다.
배터리 전기차(이하 전기차)와 수소차, 두 차량은 모두 전기 모터로 바퀴를 굴리고 주행 중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작동 원리나 장단점은 상이한데요. 과연 전기차와 수소차 중 어느 쪽이 미래 친환경차의 주역이 될까요?

전기차, 만들기 쉽지만 문제는 배터리

현재 친환경차의 주류인 전기차는 만들기 쉽고, 성능도 안정적입니다. ⓒ폭스바겐
전기차는 배터리를 충전하고,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로 모터를 돌립니다. 구조적으로는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RC카와도 크게 다르지 않죠(물론 안전과 성능을 위해 많은 추가 기능이 탑재됩니다).
때문에 제작하기 쉽고, 하나의 모듈형 플랫폼으로 다양한 차종을 개발하기도 수월합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된 탄소 배출 없는 zero-emission 차량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가장 큰 숙제는 배터리입니다. 요 몇 년 사이에 배터리 성능이 빠르게 발전했음에도 여전히 배터리는 무겁고 비싼 데다, 충전에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리며, 손상 시 화재의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희귀 광물과 중금속 원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향후 폐기 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죠.
전기차가 빠르게 주류로 자리잡고 있지만, 대형 상용차를 100% 전기로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Tesla
특히 장거리 노선 버스나 화물 트레일러 등 대형 상용차의 경우 큰 차체만큼 크고 무거운 배터리가 탑재돼야 하는데, 배터리 무게 탓에 다시 주행 거리가 줄어들기도 하고 더욱 긴 충전 시간 탓에 대형 상용차에는 적용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배터리의 획기적인 발전이 필요합니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경우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충전 속도 등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 중입니다. 현재는 승용차와 소형 상용차 위주로 전기차가 보급되는 추세입니다.

수소차, 수소가 장점이자 단점?

수소차는 충전 속도가 빠르고 배출 가스가 없지만, 수소 연료 자체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BMW
반면 수소차는 전기 모터를 구동하는 건 같지만, 전기차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칩니다. 수소차는 전기가 아닌 수소 가스를 충전하는데요. 이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산화 환원 반응을 거쳐 물과 전기로 만듭니다. 이렇게 생산된 물은 수증기 상태로 배출하고 전기로 차량을 구동하는 것이죠.
수소 충전은 전기 충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수소차는 충전 부담이 적습니다. 따라서 대형 상용차에 적용하기도 쉽죠. 또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 중 하나이므로 연료 고갈의 문제도 없습니다.
현재 쓰이는 수소 대부분은 정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입니다. 사진은 부생수소 생산 시설. ⓒ롯데케미컬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수소를 사용한다는 것이 수소차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한데요. 수소를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까닭입니다.
현재 사용 중인 수소는 대부분 석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부생수소입니다. 수소를 생산하려면 석유를 생산해야 하는 아이러니인 셈이죠.
폭발 위험성 탓에 기피 시설로 여겨지는 수소 충전소의 설치가 늦어지는 점, 연료전지의 환원 반응 속도의 한계로 순간적으로 강한 출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문제 등도 수소차 보급의 걸림돌입니다. 결국 수소차 또한 전기차의 완벽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전기차와 수소차, 라이벌이 아닌 공생 관계

그렇다면 전기차와 수소차 중 미래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잡는 건 어느 쪽일까요? 정답은 “둘 다 아니다”입니다. 두 친환경차는 서로 경쟁하고 밀어내는 관계가 아닌, 각자의 단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 할 수 있는데요.
전기차와 수소차는 경쟁 관계가 아닌, 용도와 환경에 따른 상호 보완적 관계입니다. ⓒ현대자동차
가령 전기차는 다양한 차종으로 확장하기 쉬운 구조적 특성과 갈수록 빨라지는 배터리 충전 속도를 앞세워 승용차의 주류로 자리잡는 한편, 대형 버스나 트럭은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해 충전 부담을 덜고 장거리 운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꼭 승용차와 상용차로 나누지 않더라도, 내연기관 시대에 가솔린과 디젤이 공존했듯 용도나 운행 환경에 따라 전기차와 수소차가 공존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전기차든 수소차든, 중요한 것은 이제 운행 과정의 탄소 중립을 넘어 연료(전기) 생산의 탄소 중립이 요구된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전력 생산의 많은 부분은 화석연료에 의존 중이며, 앞서 설명했듯 수소 또한 부생수소 비중이 높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을 달성하려면 전 생애주기에 걸친 탄소 중립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겠습니다.
필진 엘제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 콘텐츠 에디터. 전기 자동차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