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이용의 걸림돌 충전, 알고 타면 걱정 뚝!
내연기관차를 타던 운전자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충전일 텐데요. 주유소에서 5분이면 기름을 가득 채우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충전소는 위치적 제약이 크고 충전 시간도 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전기차 보급 초기와 비교하면 전국적으로 많은 수의 충전기가 설치됐고, 기술의 발전으로 충전 속도 또한 점차 빨라지고 있어 예전과 같은 불편함은 점차 해소되고 있습니다. 또 주유와 다른 전기차 충전의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도 없죠.
오늘은 전기차 운행 환경이 익숙치 않은 “새내기 전기차 오너”나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분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전기차 충전의 개념과 방식, 그리고 발전 방향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전압? 전력? 전기차 충전의 기본 원리
전기차 충전에 대한 정보를 찾다 보면 복잡한 숫자와 단위,용어들이 잔뜩 나옵니다. 특히 kW, V 등등 전공자가 아니라면 학창시절에나 배웠던 전기와 관련된 단위들에 질려버리기 일쑤인데요, 단위들을 알아보기 전에 우선 전기차의 충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차 충전은 기본적으로 외부 전원의 전력을 이용해 전기차에 내장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입니다. 충전 속도는 이 외부 전원의 전력에 따라 달라지죠.
고등학교 물리 수업 시간 속 ‘전압[V]×전류[I]=전력[P]’ 이라는 공식이 기억 나시나요? 이 수식을 보면, 각각의 개념을 모르더라도 전압이 더 높거나 전류가 더 세면 전력 또한 늘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력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면 그에 따라 배터리도 더 빨리, 혹은 느리게 충전되는데요, 이에 따라 완속 충전과 급속 충전으로 나뉘는 것이죠.
전기차 충전에서 쓰이는 단위 중 V는 전압, kW는 전류, W는 전력, 그리고 h는 1시간에 해당합니다. 그럼 이제 실제 전기차 충전 단위와 함께 계산을 해 볼까요?
가령 배터리 용량이 60kWh인 전기차가 있다고 할 때, 배터리를 100% 충전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이론 상 6kW급 완속 충전기로는 10시간, 60kW급 급속 충전기로는 1시간입니다. 만약 전압이 10배 높은 600kW 급 초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완충 시간은 6분으로 줄어들겠죠. 이론적으로만 살펴보면, 전기차의 배터리를 6분만에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빠른 충전 속도를 자랑하는 충전소를 가보면, 테슬라의 슈퍼차저는 250kW, 현대자동차의 이피트는 350kW를 제공합니다. 600kW정도 큰 전력이면 금방 충전할텐데 왜 없을까요?
아직 그 정도 전력을 제공하는 충전기는 없을 뿐만 아니라, 이론 속 시간과 딱 떨어지는 충전시간을 기대하기엔 아직 때가 이릅니다.
최신 전기차는 800V 급 초급속 충전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 Porsche
많은 양의 물(고전류)을 높은 곳(고전압)에서 무작정 쏟아붓는다면, 그 물을 받는 양동이(배터리)가 넘치거나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또 양동이와 달리 배터리는 충전 과정에서 발열도 발생하죠.
이처럼 과충전이나 과열은 리튬이온배터리의 고장, 폭발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충전을 위해서는 충전소의 전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량과 충전기가 소프트웨어로 충전 속도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런 제어장치는 전기차를 설계할 때 부터 고전압·고전류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 되어야 하는데요, 최신 전기차들이 “800V 급 고전압 충전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홍보하는 것은 제작 할 때부터 그만큼 높은 전압의 초급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고려했다는 의미죠.
완속과 급속, 어떤 충전기를 사용할까?
전기차 충전기는 크게 완속 충전기(2~7kWh)와 급속 충전기(50kWh 이상)로 나뉩니다. 하지만 완속과 급속은 앞서 언급되었던 전류,전압에 따른 충전 속도로만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를 제공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자연스럽게 충전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콘센트를 꽂아 사용하는 전기는 교류 방식인데요, 그러나 교류 전기는 전하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축적, 즉 충전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직류 전기가 필요하고, 이 때 완속 충전기와 급속 충전기는 직류 전기를 제공하는 방식에서 확연하게 차이를 보입니다.
완속 충전기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교류 전기를 220V의 전압으로 공급합니다. 그러면 전기차 내부에 있는 전류 변환 장치(On-board Charger, OBC)가 이를 직류 전기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합니다.
일반적인 교류 220V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기의 구조가 단순하고 부피도 작습니다. 충전기 설치 비용과 충전 요금도 저렴하죠. 그러나 전류값과 차량 OBC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충전 속도가 느립니다. 국내에서는 7kW 급 완속 충전기가 표준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완속 충전기는 작고 저렴하며, 충전 요금도 싸서 일상적인 사용에 적합합니다. ⓒ BMW
반면 급속 충전기는 충전기 자체 내부에서 교류 전기를 직류 전기로 변환하고, 전류와 전압을 높여 고전력을 직접 배터리에 충전하는 방식입니다. 전류 변환 과정이 없으니 충전이 빠르지만, 충전기 자체의 부피도 크고 고가이며 충전 요금도 비싼 편입니다.
통상 50~200kW급을 급속 충전기, 300~350kW급을 초급속 충전기로 분류하는데요. 차량이 고전압 충전에 대응할 수 있어야만 초급속 충전이 가능합니다.
급속 충전은 빠르지만 비쌉니다. 결국 상황에 따라 완속과 급속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 현대자동차
전기차 충전 시에는 완속과 급속 중 어느 하나만 편향하여 사용하는 것 보단 상황에 따라 적합한 충전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량을 오래 세워둘 때는 경제적인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빠르게 충전을 해야 할 때는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는 식이죠.
완속을 선호하는 분들 중에는 급속 충전을 많이 사용하면 배터리 수명이 짧아질까 우려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차량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 배터리 수명을 고려해 충전 속도를 제어하므로 최신 전기차에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전기차 충전 기술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충전을 위해 무선 충전 등 신기술 연구도 계속됩니다. ⓒ BMW
이처럼 갈수록 더 빠르고 효율적인 충전 기술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유만큼 빠른 충전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350kW 급 초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더라도 배터리를 80% 충전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차종에 따라 20~30분 정도입니다. 게다가 충전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고 빼는 등 번거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때문에 더 빠르고 편리한 충전을 위한 신기술 연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무선 충전 기술입니다. 이미 부분적으로 상용화된 무선 충전 기술은 휴대폰처럼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장에 전기차를 세워놓기만 해도 별도의 케이블 연결 없이 충전되는 기술입니다. 아직 산업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효율과 비용 등 극복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지만, 충전 편의성이 극대화돼 충전 스트레스를 줄이는 획기적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배터리 스왑은 특성상 전기 이륜차나 전기 버스에 적합합니다. ⓒ Gogoro
과거의 휴대폰처럼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하는 ‘배터리 스왑’ 또한 충전의 대안 중 하나인데요.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체 설비를 갖춘 배터리 스테이션에서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요 시간은 5분 이내로 주유만큼 빠르죠.
그러나 최신 전기차들은 배터리 팩이 차체를 구성하는 일체형 전용 플랫폼을 채택하는 추세이고, 제조사 별 규격 통일도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배터리가 작고 가벼운 전기 이륜차나 통일된 규격으로 차고지에서 교체가 쉬운 전기 버스 등에 사용하기 적합합니다.
아직 상용화는 멀었지만, 전기 충전 대신 전해액을 주입하는 전기차 또한 구상되고 있습니다. 플로우 전지(flow cell)이 그것인데요. 현재는 스위스의 나노플로우셀(NanoFlowcell)이라는 회사가 주도적으로 연구 중입니다.
플로우 전지는 전기를 직접 충전하지 않고 양극 전해액과 음극 전해액을 주입하면 차 내부에서 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만드는 데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충전이 빠르고 저렴한 건 물론, 수명이 길고 폭발이나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습니다. 상용화된다면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전기차의 충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각각의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떻게 발전할지 살펴봤는데요, 이제 충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좀 떨쳐내셨나요?
처음 전기차를 탄다면 낯설 수도 있지만 점점 충전에 익숙해진다면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충전을 위해 가까운 충전소를 찾을 땐 EV Infra 앱을 적극 활용해 보는 거, 잊지 마세요!
필진 엘제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 콘텐츠 에디터.
전기 자동차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