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인터뷰 : 박재현 님

전기차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 EV Infra 앱에서는 서로 질문하고 공감하며 다양한 전기차 에피소드와 의견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있습니다.
EV Infra는 이렇게 모인 전기차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기록해 보려 합니다. 서로서로의(inter) 다양한 전기차 이야기를 모아보면(view) 언젠가 전기차 문화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INTER)VIEWEE

박재현 님

"전기차는 차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게 된 계기이자 경험이 되어주고 있어요."
오너님은 전기차 충전하는 동안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한 번씩 걷기 운동을 해요. 아파트 내 충전시설을 주로 이용해서 외부 충전기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대구 전기차 서포터즈 활동으로 대구시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소 260곳을 가봤어요. 제가 대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충전소는 '성당못 휴게소', '월광수변공원', '대구환경공단(지산)'에 있어요. 충전하는 동안 가볍게 걸으면서 산책하기 좋은 곳들이거든요. 편의점과 카페도 있고요. 가만히 앉아서 스마트폰 보는 것보다 토스 만보기를 실행해 놓고 걷는 편이 낫죠. 아니면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오든지요.
쉐보레 볼트 EV를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가 궁금해요.
2018년 6월에 쉐보레 볼트 EV를 출고했어요. 결혼 후에 14년 동안 운행했던 자동차를 바꿀 시점이 찾아왔고, 다음 차를 고민하던 중 와이프와 지인에게 전기차를 추천받았어요. 전기차의 구동 메커니즘 자체에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당시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매우 짧은 주행거리가 약점이었는데요. 쉐보레 전기차 볼트 EV는 테슬라를 제외하고 300km 가 넘게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였고, 그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시기와 관심이 딱 맞아떨어져 볼트 EV 전기차를 구매했습니다. 오늘까지 21만 킬로를 탔네요.
오너님의 볼트 EV를 마음껏 자랑해 주세요!
흔히 말하는 '뽑기 운'이 좋은 건지, 에어컨 필터와 워셔액, 타이어 같은 소모품 교체 외에 큰 비용이 들어간 적이 없어요.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유지비도 저렴합니다. 경쟁 차종들과 견주어 봤을 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어서 실내 공간도 넓은 편이고, 주행 밸런스도 좋아요. 전기차 특유의 짜릿한 가속감까지 더해져 운전이 정말 즐거워요!
보닛이 짧다 보니 경차로 오해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골목길이나 좁은 공간에 주차할 때 정말 편리합니다. 운전도 편하고요. 디자인은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에요! 안 질리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죠.
전기차로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출고하고 나서 2018년도에 대구-서울을 여러 번 왕복하던 때가 있었어요. 당시엔 충전소가 넉넉치 않아서 항상 출발 전에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 계획을 치밀하게 짰어요. 경로가 바뀔 것을 대비해 서울 내에서 코스별로 충전소 현황과 계획을 숙지하기도 했고요. 하필 전기차에겐 다소 힘든 겨울철이었어요. 도착 시간이 계획에서 벗어나면 히터를 꺼야 했어요. 한번은 5시간 정도 히터를 못 틀었던 적도 있었는데요. 저는 롱패딩을 입고, 동반 좌석에 탄 아내는 롱 패딩에 담요까지 둘렀죠. 그때 아내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몰라요.
또 한 번은 속초를 다녀오는데, 돌아오는 경로 상에 충전소가 없어서 정말 큰일 날 뻔한 적이 있어요. 가까스로 찾은 충전소까지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갔는데, 충전을 하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졸리더라고요.(웃음) 돌아보면 전기차 충전소 위치가 여행 코스를 결정했던 것 같아요. 어딘가를 구경하는 동안 차는 충전 중이면 시간을 아끼니까요.
우와, 무척 계획적인 성격이신 것 같아요! 오너님만의 충전 습관이 있다면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이 강화된 요즘은 자정을 넘어서도 전기차 충전 구역이 비어 있어요. 덕분에 집에서도 조금 더 계획적으로 충전할 수 있게 됐죠. 배터리 잔량 50~60% 이상에서는 12V 배터리로 충전해 주는 '배터리 세이버' 특성 때문에 50% 즈음에는 충전합니다. 그리고 배터리 잔량을 20~80%로 가급적 유지하려는 '2080' 습관을 이어가고 있어요.
오너님의 생활권 안에서 충전소에 대한 생각이 전기차 구매 전과 후로 동일한가요? 아니면 괜한 걱정이었다, 싶은 부분이 있으세요?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에 아파트 주차장에 충전 시설이 구축되어 있는 걸 확인했었던 터라 큰 걱정은 없었어요. 다만 '내연기관 자동차를 운행하는 주민들의 눈칫밥을 먹을 수도 있겠다' 정도의 우려는 있었죠. 하지만 제가 거주하는 지차체에서 전기차를 장려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던 분위기라, 스스로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전기차 인프라를 찾고 누리면 되겠다 생각했어요.
전기차가 낯선 지인들이 오너님의 볼트 EV에 탑승했을 때 어떤 반응인가요?
우선 조용하게 가속되는 감각과 "쓩-" 튀어 나가는 가속감에 놀라요. 배터리 교체 주기와 전기차 화재에 대해선 여전히 염려하는 것 같고요.
요즘 디자인 멋져서 눈길이 가는, 다른 전기차가 있으세요?
기아의 EV6 GT 디자인이 정말 멋져요. 지난주에 기아 전시장에서 본 EV9이 새롭게 눈에 들어오기도 하네요.
오너님의 삶에서 전기차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저의 장난감이자 취미예요. 기존 내연차와는 다른 개념이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 메커니즘을 좋아해왔던 저에게 전기차는 차에 대해 새롭게 공부하는 계기이자 경험이 되어주고 있어요. 대구시 한국친환경모빌리티협회 일원으로 다양한 분들과 연결되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전기차는 제 삶에 풍성한 일상을 선물했어요.
필진 김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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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클럽 '에레보' PD. <모터리언> 기자, <BBC 탑기어 코리아 매거진> 에디터 등을 거치며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온라인, 유튜브, 매거진 등에 차곡차곡 담아왔다. 현재는 ‘에레보 신사’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