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터뷰 : 홍일민 님

전기차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모인 EV Infra 앱에서는 서로 질문하고 공감하며 다양한 전기차 에피소드와 의견들이 삼삼오오 모이고 있습니다.
EV Infra는 이렇게 모인 전기차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기록해 보려 합니다. 서로서로의(inter) 다양한 전기차 이야기를 모아보면(view) 언젠가 전기차 문화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INTER)VIEWEE

홍일민 님

“딸아이가 어릴 때, 아이오닉으로 전국 일주를 했어요.”
Q. 2017년부터 현재까지 전기차를 경험해 오셨는데요, 그 시작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딸아이가 자라서 더 이상 유모차를 차에 싣지 않아도 되는 시기였어요. 자동차를 교체하려던 시점이기도 했고요. 동네에서 220V로 충전하는 자동차를 보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생겼죠. 그 당시엔 보조금을 2천만 원 넘게 줬어요.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전화해서 문의했더니 카마스터님이 아이오닉을 끌고 저희 집 앞으로 오신 거예요. 계약서까지 들고요. “타보면 구매하게 되실 거예요”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소개해 주시더라고요, 본인도 개인 차량으로 아이오닉을 운행하고 있다고 하시면서요. 그때 도심이랑 고속도로까지 타봤어요. 그렇게 전기차 세계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Q. 그 당시에 전기차 충전에 대한 걱정은 깊지 않으셨어요?
집이 단독주택이라서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어요. 그래서 그때 더 과감하게 전기차를 들일 수 있었어요. 든든한 집밥이 있다는 생각이었던 거죠. 그때 한국전력공사에서 계량기까지 전액 지원받았어요. 현대자동차 카마스터님의 도움이 컸어요. 저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서류도 꼼꼼하게 준비해 주시고 차가 출고되기도 전에 집에 충전기가 설치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거든요. 대신 충전기 탈거 비용은 제가 내야 해서, 아이오닉 계약 취소를 못하게 볼모로 잡으셨던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그때 이후로 충전기만 한번 교체하고 계속 잘 쓰고 있어요. 돌아보면 집밥도 가격이 4배 이상 올랐지만, 지인들이 전기차를 산다고 할 때 집밥이 없다고 하면 잘 추천하지 않아요. 전기차 가격 자체가 많이 오르기도 했고요. 제가 2017년도에 전기차를 살 때만 해도 가성비로 만족했는데 지금은 가성비만으론 살 수 없는 것 같아요.
Q.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에서 ‘코나 일렉트릭’으로 그리고 ‘아이오닉 5’으로 넘어오셨네요?
딸아이가 겨울에 뒷자리에서 계속 춥다고 하더라고요. 마음 편히 히터 빵빵하게 틀려고 조금 더 배터리 용량이 큰 코나 일렉트릭으로 넘어갔었죠. 그 후에는 2열 공간이 좁다고 해서 아이오닉 5로 넘어왔고요, 지금 계속 타고 있어요. 기아자동차 EV6를 같은 선상에 놓고 고민하긴 했는데요, 조금이라도 넓은 아이오닉 5를 선택했어요. 정확히 현재는 현대 아이오닉 5와 포터 일렉트릭을 운행하고 있어요.
Q. 일민님의 전기차는 가족과 뗄 수 없군요
딸아이가 어릴 때, 아이오닉으로 전국 일주를 했어요. 1년에 3만 5천 킬로 주행했어요, 일이 아닌 여행을 위해서만요. 딸아이가 유튜브 ‘캐리와 친구들’을 보는 데 부산 해운대가 나오는 걸 보면서 자기도 가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그날 해운대를 갔어요. 제가 프리랜서라서 가능한 일이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 딸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까, 집에만 있고 싶어 하네요. 어디 한번 가려면 사정 사정을 해야 해요. 주변에서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아빠를 버린다고들 말하던데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아, 여행 다닐 때 장모님도 자주 모시고 갔어요. 장모님 본가, 전라도 순천도 갔었죠. 좋아하시던 표정이 아직도 떠올라요.
Q.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여행지가 궁금해요
울릉도! 자차를 가지고 울릉도에 들어갔어요. 12V 가정용 에어컨, 김치냉장고도 가져갔어요. 다시 가보고 싶긴 하지만, 비행기 노선이 생기면 가려고요.(웃음) 강원도 평창 육백마지기도 좋아요. 차박하기 좋죠.
지리산 성삼재도 기억에 남아요. 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도 있어요. 걸어서 한 시간 정도 올라가면 대피소까지 다다를 수 있고요, 거기서 힘이 남으면 천왕봉까지 올라갈 수 있어요. 거기서 라면을 먹으면 기가 막힙니다. 내려오면서 구례 벚꽃도 구경하고, 베이커리 ‘목월빵집’까지 들리면 아내를 웃음 짓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바깥에 돌아다니는 거 별로 안 좋아해요. 딸아이를 위해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전국에 안 가본 박물관과 축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경상북도 고령 ‘엿 만들기’ 체험과 대가야박물관, 추천해요!
Q. 한국 전기차사용자협회 회원으로서 활동은 어떠세요?
전기차 이용자 이익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가족적인 분위기가 참 좋아요. 협회에서 1년에 두 차례 캠핑을 주최해요. 곧 칠곡포에서 하던데, 이번엔 저희 딸이 가기 싫다고 해서 못 갈 것 같아요. 캠핑 프로그램에 어린이를 위한 맞춤 놀이도 꼭 있더라고요. 그리고 재밌는 부분은, 저를 비롯해 회원들 대부분이 흡연을 안 하세요.
Q. 전기차가 새로 나오면 관심이 가세요?
물론이죠! 저는 무조건 해당 브랜드의 전시장에 가서 시승해봐요. 테슬라 모델3부터 Y, X까지 전부 타봤어요. 아우디 e-트론이 기억에 오래 남아요. 구매하자고 아내에게 말이라도 한번 해볼걸, 후회가 돼요. 지금은 기아자동차 EV9,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7 출시를 기대하고 있어요. 물론 제게 실용적인 세그먼트는 아니지만, 한번 보고는 싶어요.
Q. 전기차 오너로서 어떤 생각을 자주 하시는지 궁금해요
충전소 인프라 관리 주체와 완성차 브랜드는 공생 관계라고 생각해요. 두 주체가 발맞춰야 각자의 발전이 의미가 있어요. 충전 시설 숫자에 비해 전기차 출고가 쏟아져도 안되고, 충전 설비가 충분히 있더라도 전기차의 충전 속도가 느리면 문제가 돼요. 양쪽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겨울에 충전 속도가 느려지잖아요. 아무리 급속 충전기라도 겨울에 전기차 오너는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걸 해결하려고 만든 소프트웨어 기술, 충전소 도착 시점에 배터리 온도 제어로 충전 속도를 최적화하는 ‘배터리 컨디셔닝’이 요즘 현대기아차에 속속 들어가고 있죠. 제 차에도 탑재해 있고요. 이 기술이 보다 많은 전기차에 통용돼야 전기 충전소 상황이 비약적으로 쾌적해질 것 같아요.
필진 김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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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 클럽 '에레보' PD. <모터리언> 기자, <BBC 탑기어 코리아 매거진> 에디터 등을 거치며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온라인, 유튜브, 매거진 등에 차곡차곡 담아왔다. 현재는 ‘에레보 신사’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