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만 전기차? 전기 오토바이를 소개합니다.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과 지구온난화 저지가 중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탈것의 전동화는 더 이상 유행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전동화가 이뤄지고 있는 자동차 외에도 선박, 비행기 등의 전동화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이 몰리고 있죠.
자동차 외에 지금 당장 탈 수 있는 전동화 이동 수단이 있으니, 바로 전기 오토바이*입니다. 전기 구동계와 배터리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전기 오토바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인데요. 전기 오토바이, 어디까지 왔고 어떻게 발전할까요? *큰 틀에서는 '전기 이륜차'가 맞는 표현이지만, 보다 친숙한 용어인 '전기 오토바이'로 지칭하겠습니다.
의외로 전기차보다 만들기 힘든 전기 오토바이
오토바이의 전동화 필요성은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구현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 Harley-Davidson
전기 오토바이는 전기 이륜차의 한 종류로, 말 그대로 전기 동력을 사용하는 오토바이를 의미합니다. 넓은 의미의 전기 이륜차에는 전기 오토바이 외에도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 등이 포함되는데요.
바퀴가 작고 주로 서서 타는 킥보드, 인력으로 페달을 밟기도 하는 전기 자전거와는 달리 전기 오토바이는 차체에 탑승해 오롯이 전기 모터의 힘만으로 구동하는 탈것입니다.
2010년대 이후로 사륜차의 전동화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전기 오토바이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되어 왔습니다. 내연기관 오토바이는 작은 차체의 한계로 후처리 장치 장착이 어려워 자동차보다 오염물질 배출이 많고, 도심 주행 비중이 높습니다.
더욱이 개발도상국 등의 신흥시장에선 여전히 자동차보다 오토바이의 수송 분담률이 높기 때문에, 전기 오토바이가 보급된다면 도시 지역의 대기 환경 개선은 물론 신흥시장의 전동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그러나 전기차에 비해 전기 오토바이의 보급은 매우 더딘데요.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 오토바이 역시 보급의 관건은 배터리입니다. ⓒ Oben Electric
그 이유는 바로 배터리입니다. 비교적 큰 차체에 충분한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자동차와 달리, 오토바이는 그 크기와 무게가 매우 제한적인 까닭에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데에 한계가 뚜렷합니다.
또한 완속 충전기의 교류 전기를 직류 전기로 변환하는 OBC(On-Board Charger)의 부피 또한 무시할 수 없기에 차량용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기 오토바이는 50km/h 이하의 속도를 내는 도심형 저속 오토바이나 짧은 거리만을 운행하는 배달용 오토바이 등 극히 일부에서만 쓰이고, 실제 보급에 있어서는 오히려 전기차보다 많은 제약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전기 오토바이의 보급을 마냥 늦출 수는 없습니다. 이에 오토바이 제조사들도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 중인데요. OBC를 탑재해 완속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오토바이도 있지만, 대다수 제조사가 선택하는 방식은 배터리 탈착식입니다.
충전 말고 '교체'하자!
BSS란? *Battery Swapping Station
대부분의 전기 오토바이는 탈착식 배터리를 탑재합니다. ⓒBMW
전기 오토바이의 배터리를 아예 탈착 가능하도록 설계해 주행을 마친 뒤 배터리를 들고 가 집이나 회사에서 220V 전원으로 충전하는 방법인데요. 차체에 맞춰 작아진 전기 오토바이의 배터리 용량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충전기와 220V 전원만 있다면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고, 손으로 들 수 있는 크기의 배터리 팩을 여러 개로 나눠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저속 오토바이에는 하나의 배터리 팩만 탑재할 수 있게 만들고, 대형 오토바이에는 여러 개의 배터리 팩을 탑재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배터리 용량을 바꿀 수 있습니다.
탈착식 배터리의 충전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 BSS ⓒ Gogoro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한 배터리 팩을 직접 들고 가 따로 충전하는 방식은 번거로움이 적지 않은데요. 그래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SS, Battery Swapping Station)입니다. 말 그대로 여러 개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스테이션에 방전된 배터리 팩을 반납하고, 완충된 배터리를 수령해 갈아끼우는 방식입니다.
BSS는 공공기관, 편의점 등 도심 거점에 설치됩니다. 배달 오토바이라면 매장에 BSS를 설치해 복귀 시에 손쉽게 배터리를 갈아끼울 수 있죠. 직접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에 2~3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반면, BSS에서 갈아끼우는 데에는 1분이면 충분합니다. 주유보다도 빠르게 완충이 가능하죠.
BSS 보급을 위해선 배터리 팩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BSS 방식이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배터리 팩 표준화가 선결되어야 합니다. ⓒ Honda
관건은 배터리 팩의 표준화입니다. 아무리 BSS가 많이 설치되어도 오토바이 제조사마다 서로 다른 형태와 규격의 배터리 팩을 사용한다면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이에 전기차의 충전기 표준처럼 배터리 팩의 형태와 성능을 표준화해 어떤 전기 오토바이든 같은 BSS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제조사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전기 오토바이 보급을 위해 BSS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산업부의 BSS 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며, 환경부도 BSS 설치 보조금을 지원 중입니다. 나아가 국가 표준 기술원에서는 다양한 회사의 전기 오토바이들이 하나의 BSS를 사용할 수 있도록 오토바이용 배터리 팩의 국가 표준 제정을 추진 중입니다.
지금 당장 탈 수 있는 전기 오토바이는?
이처럼 전기 오토바이의 보급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 오토바이의 선택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시판 중인,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전기 오토바이 몇 종류를 소개합니다.
블루샤크 코리아 - 블루샤크 시리즈, 디앤에이 모터스 - EM-1
여러 업체가 난립하는 가운데, 성능과 품질을 신뢰할 만한 모델로는 블루샤크, EM-1 등이 있습니다. ⓒ블루샤크 코리아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전기 스쿠터의 경우, 조악한 품질과 성능으로 구매 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보증기간, 서비스 망 등을 잘 살펴보고 선택해야 하는데요, 현재 국내에서 품질과 성능 양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디앤에이 모터스 EM-1 시리즈, 블루샤크 코리아 블루샤크 시리즈 등입니다.
모터 성능과 편의 사양, 배터리 용량 등에 따라 여러 트림으로 판매 중이며, 각자 독자적인 BSS를 설치·운영하고 있어 도심 지역 운행이 용이합니다.
BMW 모토라드 - CE 04
전기 스쿠터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BMW는 최근 미래적인 디자인의 CE 04를 선보였습니다. ⓒ BMW
고급 오토바이로 유명한 BMW 모토라드는 지난 2014년 'C 에볼루션'이라는 전기 스쿠터를 출시하며 전기 오토바이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현재는 그 후속 격인 'CE 04'를 판매 중입니다.
CE 04는 43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최대 130km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는데요. 표준 완속 충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급속충전장치 옵션을 선택하면 65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합니다.
할리데이비슨 - 라이브 와이어
할리데이비슨은 라이브 와이어를 통해 레저용 전기 오토바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 Harley-Davidson
전기 오토바이의 영역은 레저용 모델로도 확장 중입니다. 우렁찬 배기음이 특징인 미국의 할리데이비슨도 지난 2019년 브랜드 첫 전동화 모델 라이브 와이어(LiveWire)를 내놨습니다.
최고 출력은 105마력, 최대 주행거리는 235km에 달하고, 최고 속도 180km/h를 내는 등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데요. 세간의 평가는 엇갈렸지만 할리데이비슨은 아예 라이브 와이어를 전기 오토바이 자회사로 분리시키는 등 전동화 기조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이 밖에도 야마하, 혼다 등 굴지의 오토바이 제조사들이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아직은 낯선 존재지만, 메이저 제조사에서 만든 전기 오토바이를 볼 날도 멀지 않았는데요. BSS 같은 인프라가 더 확충된다면 전기 오토바이를 타기에도 훨씬 수월해지겠죠?
전기차와는 별개로 전기 오토바이 또한 구매 보조금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니 구매를 앞두고 있다면 전기 오토바이 구매도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필진 엘제이
자동차 전문기자 출신 콘텐츠 에디터.
전기 자동차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드립니다.